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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어릴때 난 피아노가 싫었다.

배우고 싶어서 배운것도 아니고

잘한다는 칭찬도 한번도 들은적 없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거의 6년을 다녔는데,

지금 제대로 칠수 있는 곡이 한 곡도 없으니

말그대로 헛수고 시간낭비를 한 셈.

 

아무튼 난 피아노가 싫었다.

 

아들이 피아노를 시작한건 초등학교 1학년 봄

코로나 공백이 있었지만, 5학년 가을까지 쳤으니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이 아이는 날 닮았는지  피아노를 딱히 좋아하는것 같지도 느는것 같지도. .  

주2회 개인레슨 40분 외엔 집에서 단 한번도 피아노를 연습한 적이 없었다.

 

흥미는 없고, 느는것도 없지만,

그동안 투자한 시간이 아깝고

엄마처럼 결국 못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등의 논리로

정말 억지로 억지로 피아노 수련을 이어갔지만,

그러던, 5학년 겨울

그동안 쭉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의 개인사정으로 

정말 피아노를 그만두게 되었다.

 

아쉽지만, 그게 끝일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성당에서 오케스트라 긴 공연을 보며

동영상을 찍는 아이가 낯설게 느껴졌다.

 

나중에 물어보니

"좋아서 찍었어."

라고 말했다.

 

얼마후, 예전에 피아노살때 선물로 받은 피아노 명곡집을 꺼내든 아이가

<엘리제를 위하여>를 더듬더듬 치기 시작했다.

 

스스로 악보를 보고, 곡을 칠수 있다는것을 신기해하더니

이것저것 다른 곡도 쳐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아노학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동네에 있는 학원에 등록을 하고

예전엔 40분있기도 버거워하던 레슨시간이었는데, 이제 3시간씩 연습을 하고 돌아온다.

 

더듬더듬 베토벤, 모짜르트, 쇼핑, 차이코프스키 를 치고

그 음악을 듣는다.

 

게임도 피아노만큼 재밌지는 않다며

게임도 시큰둥하다.

 

유튜브로 백건우, 조윤찬 의 공연을 감상하고

클래식 음악을 알아서 찾아 듣는다.

 

어린시절 내게도

아이의 <엘리제를 위하여> 와 같은 경험이 있었다면,

계속 피아노를 치고 있지 않았을까?

 

초등학교때 많은 것들에 노출시켜주는것은 중요한 것같다.

당장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진 않더라도

 

그 중 그 운명의 한 컷에 연결되는 무언가가 존재할수 있고

 

그게 아이의 삶을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줄수 있을지도 모르니까.